섬 전체에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만든 '콘크리트 전함'

미국의 소유였으며 마친 전함을 연상시키는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군사 시설이 있습니다. 

섬 전체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만든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요새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콘트리트 전함 또는 군함섬으로도 불리는 Fort Drum(드럼 요새)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Fort Drum(드럼 요새)은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가 있는 마닐라 만의 입구인 코레히도르 섬 근처에 있는 옛 미 육군의 해안포 요새입니다. 

일반적으로 포트 드럼(Fort Drum)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Concrete battleship'으로도 불립니다. 

이름의 유래는 미국-멕시코 전쟁과 남북전쟁에서 활약한 미 육군준장 리처드 C. 드럼(Richard C. Drum) 장군의 이름을 따서 짓게 되었죠.

특이한 모양으로 인해 콘크리트 전함이나 군함섬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유였던 마치 전함을 연상시키는,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이 요새는 식민지 시대에서 세계대전 시대로 넘어가는 사이에 필리핀에 만들어졌습니다.

1898년에 미국-스페인 전쟁으로 필리핀을 획득한 미국은 곧바로 이곳을 서태평양 상의 항구적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방위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습니다.

▲ 만 입구에 표시된 4개의 별이 요새화된 4개의 섬


필리핀의 심장인 마닐라를 주요 거점으로 찍어두고 그 마닐라로 향하는 바로 앞마당인 마닐라 만에 존재하던 코레히도 섬을 중심으로 위아래 양끝을 합한 4개의 섬(코레히도르, 카발로, 카라바오, 엘 프레일)을 모두 요새화시켜서 적이 마닐라로 진입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구원군이 올때까지 버티도록하는 방어계획을 1909년에 수립하게 됩니다.

적함의 마닐라 만 출입을 막고 필리핀과 미국 군인들이 미국 본토에서 구원군이 당도할 예상 기간인 6개월동안 바탄 반도에서 지연전을 펼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었죠.

▲ 요새화된 4개의 섬들의 위치. 붉은 타원안의 섬이 드럼 요새.


항구를 방어하기 위해 요새를 건설했던 것은 비행기가 발전하기 전까지는 해안을 지키는 방법은 강력한 해군 함대를 보유하거나 근처 요지에 해안요새를 건설하고 해안포를 배치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지상군이 동원되는 경우는 이미 적 함대가 해안선을 장악하고 상륙정으로 병력을 상륙시키는 상태로 이미 항구는 파괴되었거나 점령당해서 아군이 밀리는 상황인 경우에 한합니다.

▲ Fort Drum이 설치되기 전 엘 프레일 섬


그런데, 진행 도중 4개 섬중에 하나인 가장 남부에 위치한 엘 프레일 섬은 애초에 섬이라기 보다는 그냥 바위에 가까웠고 당시는 시대가 1차 세계대전도 아직 시작도 안되고 비행기도 이제 겨우나온 1909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시대가 시대다보니 당대 군사력의 강약을 논하는 논리적인 잣대는 아직 식민지시대의 프레임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크고 쎈 주포를 달고있는 전함을 많이 확보하면 된다는 거함거포주의가 만연해있던 때였죠.

식민지 시대 때는 크고 쎈 함선 수십척을 만들어 대륙을 넘어 타국을 침공해 식민지로 만들었으니 그 만큼 전함이 큰게 곧 국력이고 군사력이니까 그걸 그대로 요새화 계획에도 대입한 것입니다.

미국은 "섬 전체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고정된 전함을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크기와 중요성에서 코레히도르 섬이 압도적으로 중요했고, 당연히 건축역량이 집중되었지만, 요새 건축과 형상에 있어서 가장 독특하고도 특이한 양상을 보였던 것은 4개의 섬중 가장 작은 엘 프레일 섬, 바로 드럼 요새였습니다.

그렇게 엘 프레일의 바위를 대부분 깎아내고 그걸 베이스로해서 아예 함선과 같은 형태로 철근 콘크리트를 쌓고쌓아 내무실과 탄약고, 식당, 발전실을 설치하고 356mm(14인치) 2연장 해안포 2문과 152mm(6인치) 부포 4문과 후에 일부 대공포를 장착하고 감시탑을 설치해 섬은 순식간에 위 사진과 같이 마치 전함을 연상시키는 완벽한 해안요새가 되었습니다.


▲ 드럼 요새 단면도

요새 건설은 엘 프레일 섬의 바위들을 수면 높이까지 남기고 모두 깎아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이유는 기존 암석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포구만 뚫어서 사용하기에는 형태와 강도면에서 모두 부적합했기 때문이었죠. 남아있는 바위를 기반으로 하여 콘크리트제 벽체가 올라가는 방식으로 건설이 진행되었습니다.


​▲ 뒤쪽은 USS 뉴저지 전함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1919년 5월에 드럼 요새는 약 10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정식으로 요새로써 기능을 하기 시작합니다.

준공 이후 전함과 비슷한 크기의 외관을 가진 드럼 요새의 특징 때문에 많은 수병들이 'USS Drum(USS는 미국 소속 군함을 의미)'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마닐라를 방문하는 선박들이 종종 요새를 만 내에 떠있는 전함으로 인식해 신호를 보내 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요새의 길이 80m, 폭 50m, 높이 13m로 전함보다는 작지만, 전함의 전반부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큰 정도입니다. 이런 구조물을 구성하는 벽체의 두께는 10m ~ 13m에 천정의 두께도 약 7m로 당시의 전함 함포사격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취약부위라고 판정된 곳은 3인치 ~ 4인치의 철판을 추가로 붙였죠.

20년 후 일본제국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5만명에 가까운 병력을 마닐라 북부에 상륙시켜 수 많은 해안기지들을 초토화시킴에도 불구하고, 모두 심각하게 파괴된 다른 3개의 형제요새들과는 다르게 이 드럼요새만은 유일하게 항복선언 전까지 사망자 한명없이 저항을 하며 필리핀 주둔 미군의 공식항복선언이 있기까지 일본에게 끝없이 함포 사격을 진행했습니다.


드럼 요새의 14인치 40구경장 2연장 주포탑


드럼 요새의 6인치 부포곽과 3인치 대공포좌


이 드럼 요새는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했습니다. 

일부 약점부위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가진 14인치 주포로 자신의 장갑을 사격해도 1발로는 절대로 관통이 불가능하므로 대응방어는 충분히 달성가능하며, 애초에 고정된 구조물이므로 어뢰공격을 받아도 별 이상이 없었죠. 

항공 폭탄도 철갑폭탄같은 것을 사용하더라도 몇 발의 피탄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요새 내부의 각종 시설

요새 내부는 3~4개의 층으로 구성되었고 240명의 주둔군을 수용할 수 있는 내무실, 식당, 발전실, 그리고 요새와 외부를 연결하는 갱도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1942년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에 의해 이 요새가 점령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난후 미군이 태평양전쟁에서 승기를 잡아가던 때 필리핀과 이 드럼요새도 재탈환하기 위한 작전을 순차적으로 밟기 시작합니다.

드럼요새가 만들어지던 시대는 식민지시대와 세계대전 시대의 중간쯤으로, 태평양전쟁이 일어나 일본군이 이걸 탈취하던 때와는 시기 차이로만 무려 20년이 넘게났습니다. 그 사이동안 군사기술력은 매우 크게 발전해왔죠.

미국은 드럼요새가 만들어질 당시와는 너무나 진보된 군사기술을 활용해 드럼요새의 주 사용목적이었던 적의 큰 함대 침공을 저지하는 것에서 약점을 잡아, 이 요새를 탈환하기 위한 함대를 불러 포격을 하지 않고, 도리어 해병 수색대같은 소규모 병력을 보내는 체급이 맞지않는 탈환작전을 개시합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드럼요새는 이미 제 역할을 다하게 되죠.

시간이 지나 핵무기와 번듯한 함상공격기가 등장하고, 공수부대의 강하침투나 해병대의 해상침투 등으로도 얼마든지 거대하고 고정된 요새정도는 점령할 수 있게끔 기술이 발달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더 이상 큰 포를 장착하고, 무식하게 큰 고정된 요새는 사용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한때는 수 많은 대형 함선들에게 불을 뿜어 바다를 지켰지만, 이제는 수백 km 를 달리는 미사일과 발전된 기술로 무장한 첨단 보병들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게 된 식민지 시대를 상징하는 요새가 된 것입니다.


1945년 미군이 필리핀을 수복하면서 이 요새를 폭격했고, Fort Drum은 요새로서의 수명을 다하게 됩니다. 

대폭발로 인해 요새 내부의 모든 장비와 시설은 파괴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폭격 후 이 요새에는 65명의 일본군의 시신이 불에 탄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드럼 요새는 검붉게 녹슨 포탑을 가진 채 그대로 방치되었으며, 이후 이 요새를 다시 얻은 미국 그리고 필리핀마저도 굳이 드럼요새를 복구하지 않았습니다.

마닐라 만에 진입하는 배를 위해 간이형 등대가 건설된 것 외에는 파괴된 상태 그대로인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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